로맨스 웹소설을 준비한다면 이 책을 빌려보시라. (구매하긴 비추다)
2004~5년. 지금으로부터 약 십오년 전인 그 시절, 인터넷 소설이 유행했다. 당시 '귀여니' 신드롬까지 일어났는데 [그놈은 멋있었다] [늑대의 유혹] [도레미파솔라시도] 같은, 대중적이고도 재밌는 로맨스 소설이 판쳤고 영화화도 되어 사랑 받았었다. 줄거리는 대부분 이렇다. 평범한 여고생이 정의감에 불타는 일진이나 잘생긴 옆집 동갑 친구와 사랑에 빠지는, 그런 가슴 설레는 로맨스물! 교복 입은 학생이라면 귀여니뿐만 아니고 모든 인터넷 소설을 섭렵했으리라.
현재는 어떨까? 그때와 분명 다른 감성이긴 해도 다양한 웹소설이 등장하고 있다. 그 중 잘 써진 웹소설들은 감독들 눈에 띄어 영화화 드라마화 되기도 한다. 굳이 드라마화 되지지 않더라도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소설로 자리매김한다. 더구나 이북리더기까지 부흥하는 이 시대에 웹소설은 그리 먼 얘기가 아니다.
웹소설 작가를 준비하거나 그러한 분야에 관심이 있는 이들을 위한 책 시리즈가 있다. ‘웹소설 작가를 위한 장르 가이드’ 세트이다. 분야별로 세부화돼있는데 그 중에 내 눈길을 끈 건 당연 ‘로맨스’ 장르였다. 분홍 분홍한 표지에 꽃그림까지 그려져 있으니, 책 사이 중에서 단연 눈에 띄었다. 장르 가이드를 펼쳐보면, 그 책에서 웹소설을 간단히 정의해준다. 웹소설 전에 이미 있었던 인터넷소설부터, 그 전에 자리매김했던 pc통신 게시판에 올라오던 소설부터 설명해준다. (리뷰 글에 피시통신 소설 얘기는 뺐다. 나에게 익숙한 건 십오년전쯤 유행하던 인터넷소설일 뿐이다)
그리고 로맨스의 연대기도 설명해준다. 로맨스 소설이 지금까지 어떻게 커왔고 어떤 식으로 부흥했는지. 로맨스가 어ᄄᅠᇂ게 대중화되었고 현재 어떤 로맨스 이야기가 각광 받는지 설명해준다. 더구나 로맨스의 카테고리, 세부요소도 알려주는데 로맨스 스릴러나 할리퀸 로맨스만 어렴풋이 알고 있던 내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런 이론적인 이야기가, 왜 필요하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느냐만 이 분야에 뛰어들 생각을 하는, 로맨스 작가 지망생에게 그것은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로맨스가 대중화된 상품이 된 현재, 세대가 어떻게 바뀌고 흐름이 어떤 식으로 바뀌는 지는 작가가 이제 쓸, 로맨스 소설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쓰는 로맨스가 곧 유행이 될 수도 있다. 더구나 어떤 요소가 사랑을 받았는지 독자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면, 현재 독자의 마음도 노력한다면 거뜬히 사로잡을 수 있다.
하지만 책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점은 따로 있었다. 멜로와 로코의 차이점을 밝혀주는 부분이었다. 우리는 대부분 로맨스 영화나 로맨스 소설을 읽을 때, 단순히 사랑이야기라고만 생각하지 이 플롯 자체가 멜로인지, 로맨틱 코메디인지 굳이 구분하지 않는다. 하지만 로맨스를 쓰는 사람이라면 그 미묘한 차이를 알아챌 수 있어야 하고, 그 세세함을 갖게 된다면 분명 작가로써 성장하는 것이므로 로맨스를 소비할 때도 단순한 재미 요소가 아니라, 나에게 흡수될 수 있을 부분을 캐치할 것이다.
조금 아쉬운 부분은 분량이 적어서, 가격에 비해 본문이 짧다. 그래서 처음에 이 책을 받았을 때 당황했었다. 이보다 더 생략된 어떤 이론 체계에 대해 아쉬운 기분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맨스를 사랑하고 로맨스를 쓰고 싶은 작가 지망생이라면 분명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로맨스의 서사, 로맨스의 다양한 카테고리, 로맨스의 모든 것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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