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글썽이게 만드는 인생 책, 누구든 하나씩 있지 않은가? 나에겐 그 책이 바로 <쇼코의 미소>다.
<쇼코의 미소>는 여러 단편이 담겨 있는. 최은영 작가의 데뷔작 소설이다. 사람들이 하도 ‘쇼코의 미소 봤어?’ ‘대박’ 하길래 무슨 이야기일까, 궁금해서 호기심에 샀었다. 퇴근 후, 아주 지친 몸을 이끌고 침대에 누워서 반쯤은 감긴 졸린 눈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너무도 쉽게, 술술 읽히는 가독성과 몰입하게 만드는 스토리였다. 그렇게 <쇼코의 미소> 는 가볍게 내 잠을 깨워주었다. 그리고 한 시간도 안되어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나를 울게 만들었던 이야기는 역시나 <쇼코의 미소>였는데, 그 이야기 속엔 한일 문화 교류로 학교 교환 학생으로 소유의 집에 왔던 일본인 쇼코가 등장한다.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소유의 집은 쇼코의 등장에 적막함이 깨진다. 은연중에 소유는 그들에게 질투를 느꼈을 지 모른다. 쇼코는 일정한 기간 후,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지만, 소유의 가족들과 꾸준히 인연을 이어간다. 소유에겐 영어로, 할아버지에게는 일본어로 꾸준히 편지를 보내고 펜팔을 주고받았던 것이다. 그 시절 소유는 자신과 다른 쇼코가 제법 어른스러워 보였고, 신기했다. 하지만 자신이 일본에 갔을 때 만난 쇼코는 무력하기 그지없었고 그 이중된 모습에 충격을 받게 된다.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이야기를 끌어가는 소유에게 이입하기보다 쇼코에게 공감이 갔다. 무기력에 빠져서, 가족을 원망하면서, 자폐적인 성격을 보이던 쇼코를 보면서, 과거의 내 자신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굉장한 충격이었다. 어느 소설 작가의 픽션을 보면서 울지 않았던 내가, 한 작가의 데뷔작에 이렇게 눈물을 흘리다니. 그것도 아주 빨리. 아무래도 그것은 최은영 작가만이 할 수 있는 특징인지 모른다. <쇼코의 미소> 속 이야기들은 대개 이렇게, 우울하면서도 현실과 맞닿아있다. 뻔하면 뻔하고, 개성이 없다면 개성이 없다. 어디선가 보았을 법한 이야기지만 이상하게도 독자의 마음을 긁는다. 그것은 작가에게 굉장한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한지와 영주>이다. 이 이야기 역시 나와 닮아있다. (나를 객관화시키는 이야기가 두 개나 있다니 대단하다.) 다른 인종, 다른 언어. 서로가 신비한 그들의 우정과 약간의 로맨스. 하지만 어느 날부터 한지가 영주를 피하고 영주는 그 이유를 모른채로, 남은 수도원 생활을 쓸쓸하고 메마른 감성으로 보낸다. 이 이야기에서 진짜 이유는 등장하지 않는다. 독자는 한지의 입장으로, 영주의 입장으로. 각자 이해되는 방향대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나 역시 어떤 관계에서 한지였다가 영주였다가를 반복한다.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이 아주 잘 통하고 친밀했던 상대와 멀어진 경험. 다들 한 번씩 있지 않을까? 그때 느낄 수 있는 미묘하고도 애매한 분위기를, 담담하면서도 씁쓸하게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 한다.
쇼코의 미소는 내가 두고두고 읽고 싶은 책이다. 주인공들이 나와 닮아있고, 나이를 먹을수록 생각하는 것과 정답이 달라질 만한, 깊은 사고를 만들게 하는 이야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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