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을 때, 고민이 하나 있었다면 그것은 문법이었다. 맞춤법이야 익히 외우고 그때 그때 검사기를 돌리면 되지만 문법은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그래서 문법 공부했고 전보다 비문에 예민해졌다. 하지만 내가 읽던 문법 책은, 정말 문법만 들어있어서 딱히 흥미가 느껴지지 않았다. 단순 검열을 위한 책처럼 느껴졌다. 그보다는 두루뭉술하고, 실용성있는 책이 내게 필요했다. 그때 우연히 접하고 좋아하게 된 책이 있다. <보통 사람의 글쓰기>이다.
<보통 사람의 글쓰기>책에서는 제목대로 문법과 글쓰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내가 이 책에 끌렸던 이유는 선생님이 눈 앞에서 설명해주는 듯한 문장과 다른 책보다 실용성 있는 구조 때문이었다. 다른 책에선 단순하고 딱딱하게 글쓰기 비법을 알려주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다.
여자들이 질색하는 고백이라는 걸 알았다면 “너 나랑 사귀지 않을래?” 라는 식으로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연애도 고백도 서툴렀던 7년 전, 그렇게 고백했다. .... 사귄 후에 물어보니 ‘너 나랑 사귀자’ 라고 말했더라면 그 자리에서 대답했을 거란다. ;‘사귀어 보지 않을래?’ 라는 말이 가볍고 희미하게 들려 진지하게 고민해 볼 시간이 필요했단다. 서술어를 늘여 쓰는 습관은 글쓰기의 적이다. 뜻을 분명하게 하거나 멋을 내려고 서술어를 늘여 쓰는데, 대부분은 군더더기다. “너 나랑 사귀지 않을래?‘ 라고 사족을 달면 고백을 망치는 것처럼. 문장을 길게 늘이면 글이 망가진다.
A: 너 집안일을 너무 안 한다고 생각하지 않니?
B: 집안일 좀 거들어.
본문 16p
'아이유는 눈이 참 예뻐' 처럼 한 문장에 주어가 두개인 문장을 이중주어문이라 한다. 다만 이중주어문을 쓸 때에는 같은 형태의 조사를 연이어 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코끼리는 코가 길다'처럼 동일한 조사를 거듭 쓰면 읽기에 불편하다.
본문 50p
이야기 속에 담긴 예시는 단박에 나의 흥미를 끌었다. 더 나은 글쓰기를 추구하던 시절, 엄청난 글솜씨를 바로 바라진 않았다. 나도 양심이라는 게 있으니까. 하지만 현재보다 간결하고 세련되게 글을 쓰고 싶었다. 그때 <보통 사람의 글쓰기>를 읽고 단숨에 깨달은 게 있다. ’보통‘은 역시 어려운 거구나.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힘든 일이라고, 어릴 때 수도없이 들었다. 대체 왜? 다람쥐 쳇바퀴 굴리듯 일상적이고 특징없이 무난한, 평범한게 제일 싫은데. 툴툴거리면서 가까운 어른들. 직장인이나 학원 강사의 삶을 무채색으로 바라봤었다. 어른이 돼서야 그 좁은 안경을 벗어버렸다. 그렇게 평범하게 사는 것이, 그런 무난한 삶이 제일 어렵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였다. 평범하다는 건 흔한 것이고, 흔하다는 건 대중성 있는 것이다. 대중성 있는 건 즉 공감 되고 인기 있다는 거. 내가 평범한 글쓰기를 해왔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을 보고 알았다. 테크닉이나 개성을 부리는 건 ’평범한 글빨‘을 넘어섰을 때나 생기는 일이라는 것.
물론 내가 작가지망생이라 이런 표현을 쓴다지만, 예술과 전혀 관련없는 직장인에게도 평범한 글쓰기는 도움된다. 글쓰기를 강요받는 시대가 왔다. 글과 무관한 직업은 거의 없다. 그냥 글 쓰는거보다야 문법이나 표현법을 정확히 알면, 글쓰기 재주가 없는 사람이라도 평범함에 가까운 글을 쓸 거다. 누구나 공감하고,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는 그런 글. 그리고 자신의 재주 때문에 빛보는 날이 분명, 올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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