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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책리뷰] 시인이 만드는 토속적이고 매력있는 동화, 흰쥐이야기 - 장철문

시 감상이 취미일 정도로 시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시인 중 한 명은 장철문 시인이다.

 

들 건너

불빛까지는 어둠이다

 

이웃과 이웃 사이의 어둠

풀벌레소리가 첨벙첨벙 건너간다

 

어둠아, 

너와 내가 자식 하나 낳아 기르면 안 되겠느냐.

 

장철문 / 들판 

 

 

아내도 

햇살 핑꼐로

누굴 만나러 나간 오후다

두 산동성이가 내려야 맞닿는 곳에서

먼 산이 가깝다

깊은 산에 노루가 개처럼 짖는다

 

장철문 / 봄날, 집을 보다 中

 

 

생의 깊은 내공에서 느껴지는 감성과 수더분한 말투가 좋아 그의 시를 몇 번이고 보았다. 그리고 우연히 그가 지은 동화도 있단 사실을 알게 되었다. <흰쥐 이야기>였다. 고민없이 구매한 그 동화책은 토속적이면서도 판타지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사이 좋은 노부부가 있다. 낮잠을 자는 할아버지 콧 속으로 생쥐 한 마리가 들락거린다. 할머니에게 걸린 생쥐 한 마리는 후다다닥 마당으로 도망치지만, 하필 장대비가 쏟아지는 시기였다. 낙숫물을 건너지 못하고 조마조마하는 쥐를 보던 할머니는 바느질자를 두어 쥐가 빗물을 건너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할머니는 어느 순간부터 호기심이 생겨 생쥐의 뒤를 쫓는다. 쥐는 소똥을 먹기도 하고, 이리 저리 갔지만 어떤 돌담을 지나친 후부터 보이지 않았다. 집에 돌아갔다고 생각한 할머니는 집으로 돌아갔다. 눈에 다시 띈 것은 할아버지 코를 드나드는 흰쥐였다. 놀라움에 쳐다보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잠에서 깨어나서 말했다. 이상한 꿈을 꿨어.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던 할머니는 흰 쥐가 떠올랐고 할아버지의 말마따라 그 곳에 가보니 황금이 있었다. 노부부는 황금 덕분에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다.

 

 

토속적이면서도 판타지가 가미되어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동화였다. 코나 귀속에 벌레가 들어간다는 상상은 많이 해보았지만 쥐같은 생명을 떠올리진 못했다. 동화에선 유독 쥐가 많이 나오는 거 같다. 손톱을 먹고 도령의 도플갱어가 된 이야기나 그물에 걸린 사자를 구해주는 생쥐 이야기 등. 요즘만 하더라도 청소를 잘 안 하는 건물이나 편의점이 포함된 빌딩에 생쥐가 있다. 그처럼 옛날 그 시절엔 집에도 쥐가 들끓지 않았을까. 그렇기에 개만큼이나 우리와 가까운 존재였을 것이다. 더러운 쥐지만 쥐 덕분에 황금을 쫓는 노부부의 이야기는, 많은 신선함을 안겨준다. 그러한 독창성 때문에 나는 동화를 좋아한다. 그리고 시인의 동화라서 표현이 좋았고, 낯선 왕자나 전쟁따위가 나오지 않아서 좋았다. 토속적이면서도 우리나라 동화 다운 이야기였다. 

 

 

 

"내가 꿈에 길을 가고 있었거든. 갑자기 큰 강이 나타나서 못 건너고 있었는데 웬 커다란 할멈이 와서 다리를 번쩍 놔주지 않겠어." "그래서요?" 할머니가 귀를 반짝 열고 물었지. "다리를 건너서 얼마를 더 가니깐 웬 수수팥떡이 있어서 실컨 먹었지." 할머니는 수수팥떡 얘기에 웃다가 침을 꼴깍 삼켰어. "그렇게 맛있는 수수팥떡은 처음이야." 

 

흰쥐이야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