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숙 저자를 어떻게 아느냐 묻는다면, 그 전 시리즈 <문제는 무기력이다>를 너무 감명 깊게 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몇 번의 거절과 실패만으로도 도전하기를 꺼려하는, 무기력한 사람이었다. 무기력은 내 삶을 짖배했다. 누군가에게 이미 거절당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인연을 품기 어려워하거나 학창시절 선생님의 차별 때문에 공부를 못 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자각하는 등, 무기력한 상태에 빠졌었다. 무기력은 파도와 같아서 한번 휩쓸리면, 빠져나오기 힘들었다. 무기력에 한참 시달리며 힘들 때 읽은 책. <문제는 무기력이다>. 한 문장, 한 문장 읽을 마다 내 이야기 같아서 공감 됐고, 사람들의 변화가 놀라웠고 용기를 얻어서 웃거나 울기도 했었다.
그 저자가 새롭게 쓴 책이 <문제는 저항력이다> 인데, 눈길이 가는 게 당연하다. 제목만으로도 어렴풋이 예상이 됐지만 무기력과 저항력의 차이가 무엇인지 감이 잘 안 잡혔다. 저자의 말로는 무기력은 남이나 외부 압력에 의해 차단된 심리 상태이고, 저항력은 내가 나를 차단하는 에너지라고 한다. 말 그대로 저항한다는 뜻인데, 내가 나의 뜻을 져버리고 저항한다는 맥락이다.
아, 나 역시 얼마나 저항했었던가? 자격증 공부를 하기로 결심 해놓고, 막상 시간이 주어지면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버리거나 오늘은 5000자 분량의 단편을 쓰기로 해놓고 한글 프로그램 자체도 켜보지 않던 그런 나날이 얼마나 많았던가. 다이어트를 결심해도 작심 3일로 끝나버렸고, 새다이어리를 장만해도 이것들은 마음의 짐을 안고 살 듯이 불편했던, 내 습관이었다. 정말 당장 운동을 할 수 있을 만큼 에너지가 넘치는데, 나는 침대에서 발가락이나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왜 마음에 제동이 걸릴까? 일의 중요도를 알면서도 왜 하지 않을까? 답답하면서도 왜 움직이지 못했을까? <문제는 저항력이다>에서 나온다.이 책에서 많은 사례가 나오지만 내게 도움 되었던 부분을 설명하려고 한다.
저항력은 보통 창작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많이 생긴다고 한다. 평범한 사람보다는 작가, 작곡가, 화가 등이 직접적이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문학, 음악, 미술, 영화, 무용 같은 창조적이지만 습관화되지 않은 예술 활동을 시작하려 할 때 잘 일어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습관화되지 않아서 저항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습관은 중요하다. (그 외에도 나타나 있다) 그리고 중요하다고 생각할수록 저항이 나타난단 것이다. 마음의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저항한다. 저자는 그렇게 설명하면서 마음의 본성 3가지를 알려준다.
글 쓰는 걸 좋아하던 저자는 책을 쓰면서 힘들어졌고 심하게 몇 달 동안 글을 전혀 쓰지 못했다. 나중에서야 자신 스스로에게 ‘강요’해서 저항했음을 알아차린다. 그런 심리적 저항에서 이겨내려 결심한 그녀는 저항력을 이겨내는 습관을 만든다. 아침에 일어난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무조건 노트북 전원을 켜는 그 행동이 습관이 되었고 그래서 다시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 지망생이자 예술계통에서 일하는, 게으름뱅이인 나에게 저자의 책이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모른다. 매일 습작하고 여러 가지 예술을 접하는 내게 저항력은 뿌리 깊게 내려앉은 습관이었다. 그런데 저항력을 깨닫자마자 놀랍게도 이 습관을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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