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가 습관이 되고, 책이 없으면 잠을 못 자는 오늘날이 되어서도 나는 책 때문에 고민한 적이 많다. 완독을 못 하거나 속도가 느려서 타인과 비교되거나 유명한 고전 책인데도 나 혼자만 못 읽거나 등등. 이런 건 알아주는 독서광이라도, 누구라도 한 번쯤 해본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개인적 고민이 생길 때마다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런데, 우연히 선물 받은 [이동진 독서법] 책을 읽고 그 고민들이 말끔히 사라졌다.
영화 평론가로 유명한 그는 책도 잘 읽고 책에 관련된 방송, ‘빨간서재’ 팟캐스트도 오래 진행했다. 나는 당연히, 이동진 정도면 책 때문에 고민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그의 고민과 나의 고민이 교집합 되는 일따윈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쉽게 깨졌다. 이동진 역시 책의 서두부터 고백한다. 가지고 있는 책은 1만 7천여권 이지만 당연히 다 읽지 못했다고.
굉장히 인간적인 발언으로 시작되는 이 책엔 내가 한번 쯤 고민했던 이야기도 언급된다. 완독? 꼭 할 필요 없다. 사람마다 느끼는 재미의 기준은 각자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나 역시 공감하는 바다. 대중이 선택한 베스트 셀러도 나에겐 재미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책을 꼭 처음부터 읽을 필요도 없다고 한다. 소설이 아니라면, 이끌리는 대목만 보아도 괜찮고 나름대로 순서를 정해서 읽어도 된다. 세상 사람들이 책읽는 규칙을 정해놓은 것이 아니니까.
또 속도에 관련된 답도 나온다. 책을 빠르게 읽는다고 해서 모두 능사가 아니라는 말인데, 책은 나 자신과의 또다른 대화라는 것. 독서는 책을 마주하고, 책을 읽음으로써 나와 대화하는 일이다. 그러니깐 속도에 집착하다 보면 사람은 쉽게 본질을 잊게 된다. 노인들이 청년에게 자주 조언하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속도는 중요한 게 아니야, 꾸준히, 목적지까지 가느냐가 중요하지.’ 나는 이동진의 조언에 이 말이 생각났다. 결국, 나 자신이 잘 수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란 거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무슨 책을 읽느냐인데, 그는 책 멘토가 따로 있다면 좋다고 표현한다. 책 멘토가 없으면 시행착오를 겪기 쉽다고. (분명 각자 나름대로 자신만의 기준이 있겠지만) 주변에 책 멘토가 없다면 인기 있는 책 블로그나 온라인 리뷰를 통하여 자신과 잘 맞을 듯한 책을 선별하는 것도 좋다고 한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 방법은, 독서를 습관화하고 싶고 이제 막 입문한 지 육 개월쯤 지난 사람들에게 추천하며 책을 ‘습관’처럼 읽는 사람이라면 추천하지 않는다. 나는 영화도 드라마도, 사람들의 리뷰를 떠나서 소개만 보고 내가 스스로 선별하는 편이다. 그 과정을 겪으면 분명히 내 취향을 알 수 있으며 나 역시 어떤 기준으로 재미를 느끼는지, 파악이 되기 때문이다.
책의 뒷부분은 이동진의 인터뷰로 이루어져 있다. 그가 언제부터 책을 좋아하기 시작했는지, 그리고 추천하고 싶은 책은 어떤 게 있는지 목록도 나와있다. 분명 읽고 싶고 매력적인 책들이지만, 이 중에서 나와 잘 맞는 책부터 읽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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