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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책리뷰/심리] 항상 무언가 잘못하는 거 같은, 나 자신을 이해하는 법. 내가 이럴 때가 아닌데 - 가토다이조

저자 가토다이조(사회학자) 역자 이정환 나무생각 2015.07.13

 

 

가토 다이조의 책을 추천받았다. 어떤 사람이 말하길, 그의 책은 사람의 심리를 섬세하고 짜임새 있게 정리해놓았다는 것이다. 그 말 한마디에 가토 다이조의 책을 구매했다. 사실 유명한 책은 따로 있지만, 아직 가토다이조의 책에 입문 중이라 일단 가벼운 전자책부터 읽기 시작했다

 

가토 다이조의 책을 읽고 난 후, 사람들이 그의 책을 왜 좋아하는지 알 것 같다. 그의 책에는 알량한 위로나 이상적인 메시지를 볼 수 없다. 그저 팩폭을 날릴 뿐이다. 건조하고 뾰족한 문체에 사람의 불완전한 모습들을 낱낱이 보고한다. 그 실체를 지적하는 날카로운 문장들. 이 책에 뼈를 몇 번이나 맞았는지 모르겠다. 이쯤되면 완벽한 사람은 아예 없지 않을까? 의구심까지 들게 한다.

 

책에서 의지하고 싶고 자립심이 없는 사람은, ‘무조건적인 사랑을 갈구한다고 한다. 굉장히 유아적인 태도인데, 이것은 어머니와 자식의 관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어머니는 무조건적으로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 시절, 부모에게 애정이 채워지지 않으면 몸은 성장했으나 마음은 성장하지 못한 어른 아이가 된다. 퇴행의 길을 걷는 것이다.

 

심리적 성장을 못한 그들은 어떤 관계를 하든 무조건적인 사랑을 원한다. 친구는 친구 관계, 연인에겐 연인 관계, 지인에겐 지인의 관계. 관계마다 적당한 영역이 있지만, 이들은 지나치게, 그들에게 의존하여 상대가 어머니처럼 자신을 받아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칭찬을 받고 싶어하며 자신이 모든 관계 속 중심이 되길 원한다. 왜냐하면 이것 역시 어린 아이의 관계성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에게 눈 돌릴 여유가 없다.

 

가토 다이조는 마음의 지주가 중요하다고 했다. ‘마음의 지주는 스스로를 든든히 받쳐주는 뿌리라고 한다. 마음의 지주가 없다면 현재가 없는 것이며, 현재 삶엔 아무런 의미를 부여하지도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마음의 지주를 명확히 하는 게 좋으며, 그것마저도 올바르게 정해놓아야 한다. 예를 들어 혹독한 사회적 환경에서 꿋꿋하게 살아남았다면 잘 단련된 자신의 모습을 긍지로 삼는다.

 

 

사실은 이미 오래전에 목숨을 잃었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애정이 적은 부모 밑에서 자란 사람이 생명력 없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잘 버티고 살아왔다. 이것은 환경을 이겨낼 수 있는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증거다. 어머니다운 어머니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탄생하는 에너지가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도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 자신이 가진 강인한 에너지를 믿어야 한다.

 

본문 148p (전자책 기준)

 

 

하지만 장점만 있는 책은 없다고. 도움의 손길을 원하는 독자들을 정신 차리게 하는 조언이 가득한 이 책은 명확하게 아들의 입장에 쓰여있다. 모든 예시가 어머니와 아들이다. 시점 역시 불안정한 남성의 시점으로 여성은 그와 연애하는 대상으로 표현되어 있다. 굉장히 남성적인 입장에서 쓰여진 글이라 처음엔 남성을 독자로 하는 심리책인가 싶었다가, 이 책을 추천해준 이가 여성임을 상기하며 탄식을 내뱉었다. 책에선 어머니다운 어머니를 강요한다. 독자 중 어머니가 없이 아버지만 있거나 부모가 없는 사람이 있을 텐데도 어머니라고 단순한 표현을 쓸 뿐이다. 이 부분에서 나는 인상을 몇 번 찡그렸다. 굵직한 메시지를 빼면 남는 건 여성혐오적인 표현만 남는 심리책. 구시대적이고 고리타분한 부분이 남아서 아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