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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책리뷰] 가장 전통적이고 무서운 구미호 동화책, 여우누이 - 이성실

저자 이성실 그림 박완숙 보림 1997.03.10 제6회 어린이 문화대상 출판부분 본상

 

지금으로부터 십여년 전만 하더라도 전설의 고향을 티브이에서 방영했었다. (그 프로그램 역시 오래간만에 제작된 공포 드라마이지만)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간판 호러 드라마는 역시나 전설의 고향이다. 전설의 고향엔 자주 나오는 귀신이 있는데 저승사자, 처녀귀신.... 등등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 중 가장 유명한 귀신은 구미호다. 

 

하얀 소복을 입은 여자가 점점 해괴한 표정을 지으며 이상한 얼굴로 변하고, 손톱이 칼처럼 뾰족하고 길쭉하게 변하고, 남자의 간을 뺏어먹으려고 하는 이야기를 보고있자면 시청자의 온 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소재로 만든, 아주 유명한 동화가 있다. 바로 <여우누이>

이다.

 

표지만 봐도 오싹한 이 동화를 나는 땀 뻘뻘 흘리는 무더운 여름에 구매했다. 평소 구미호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 동화를 잘 보기도 하지만 호러 장르를 애정한다. 게다가 워낙 유명한 설화라서 읽은 이들이 많았다. 그래서 나역시 호기심에 읽게 되었는데, 굉장한 동화였고 그날 여름을 제법 시원하게 보낼 수 있었다.

 

설화는 아들만 셋 둔 부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시꺼먼 아들만 있는 부부는 앙증맞고 귀여운 딸을 바라고 바랐다. 그래서 날마다 고갯마루에 있는 서낭당에 가서 딸을 기원했다. 그런데 그 고갯마루엔 하필 꼬리 아홉 개 달린 구미호가 있었고 구미호가 부부의 간절한 소망을 듣게 된다.

 

얼마 후 부부에게 어여쁜 딸이 태어났지만, 그녀는 나이를 먹을수록 평범한 인간이라기보단 동물적인 마스크로 괴이하게 성장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집에서 기르는 동물이 하나둘씩, 이유없기 죽기 시작했다. 가족들은 그 이유를 모르고, 한밤 중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하는 의문에 외양간을 지키려 하지만 새벽쯤이 되면 곯아떨어져서 동물이 죽는 이유를 목격하지 못했다. 명석한 셋째 아들은 그 잔혹한 짓이 여우가 하게 된 일임을 알게 되는데, 본격적인 스토리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아들은 구미호에 홀린 여동생을 피해서 집 밖으로 도망가게 된다. 그 후 일어나는 역경과 고난에 셋째 아들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구미호는 어떤 모습으로 그를 괴롭히는지 볼 수 있다.

 

동화인데도 불구하고 설화 그대로 담아냈다. 정직한 미스터리 플롯을 써서, 이 동화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결말이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고 독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결국 여느 동화처럼 해피엔딩을 적어내리지만. 지혜롭게 헤쳐나가는 셋째 아들의 이야기에 나는 나도 모르게 안도했다.

 

책장을 넘길수록 리얼한 그림에 헉하고 놀라기를 반복했다. 아이들이 읽기엔 잔혹하고 징그럽지만 그것이 여우누이 동화의 매력이다. 한국적 전통 호러에 꼭 등장하는 구미호를 표현하기에 알맞은 그림책이다. 파란색, 검은색, 회색. 청색. 흐리멍덩하고 칙칙한 색감으로만 채워진 동화이지만 이야기는 그보다 풍부하다. 마치 영화를 보는 듯이 역동적이고 괴기스럽다.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며 구미호를 접하고 그 전설의 존재를 깨달을 것이다.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악마적 존재에 공포를 느끼면서도 한국적 정서, 우리나라만의 정서를 느낄 것이다. 물론 무서움을 즐기는 어른들이 읽기에도 정말 적절한 동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