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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책리뷰]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 5분만 투자하라! 5분 작가 - 마그레트 제라티

저자 마그레트 제라티 역자 이경희 중앙북스 2013.11.05

 

몇 번의 습작과 근거없는 자신감만 있던 시절, 타인이 쓴 글을 보고 좌절한 적이 많다. A의 글 속에 세밀한 심리묘사가 마치 내가 이별을 한 듯이 가슴을 아프게 했고, B의 글 속에 찬란한 묘사는 나를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은밀한 세계로 이끌었다. 그리고 그때, 나는 내가 실력이 턱없이 부족한 작가(지망생)임을 깨달았다.

 

사람들은 작가란 천부적인 재능이 필요하고, 재능 없이는 글을 쓰면 안 된다고들 말한다. 작가 지망생인 나는 초반에 사람들과 똑같이 생각했다. 하지만 글을 쓴지 6년이 지나자 그 전형적인 생각이 바뀌었다. 재능이란, 글을 꾸준히 좋아할만한 의지밖에 없다. 어떤 작가든 노력하는 것이며 일반인은 그 세계를 모를 뿐이다. 그리하여 '재능' 이라는 단어를 빌려 표현하는 것이라고.

 

달마다 글쓰기 이론 책을 사고, 읽고, 공부하길 반복했다.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무조건적으로 습작 말고 효율적인 글 공부는 어떤 걸까. 늘상 고민해왔었다. 그때 고른 책 중 하나가 <5분 작가>다. 이 책은, 나의 깊은 갈증을 채워주었다. 전부가 아니더라도, 궁금증을 해결해준 건 사실이다.

 

글을 쓰려면 첫 째로 필요한 것은 "글을 쓰는 습관"이다. 글은 요리와 같다. 그렇다고 요리처럼 레시피가 정해져서 몇분에 무슨 재료를 넣고, 몇분 물을 끓이면 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닮은 점은 그날 그날, 매일 매일 하면 실력이 늘고 내 입맛에 맞는 메뉴를 만들 수 있다는 거다. 저자는 '창의적 글쓰기 수업'에서 만들었던, 흥미로운 글쓰기 훈련법을 이 책에 써놓았다. 작가를 꿈꾸거나, 글을 좀 잘 쓰고 싶은 일반인이라면 <5분 작가>책을 읽기 추천한다.

 

요컨대, 이 책은 다음 사항에 도움이 될 것이다. 개인적인 기억들로 이루어진 내적 자아에 접근하기, 글쓰기 습관들이기, 소설의 특성을 문화적인 산물로 이해하기, 삶을 아이디어의 무궁무진한 원천으로 인식하기, 창의적으로 사고하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글 스는 데 불필요한 장애물 제거하기.

 

본문 7P

 

[백지 삽화] 위의 그림을 한 번 살펴보라. 무엇이 보이는가? 별로 볼 것이 없는가? 사실 이 그림은 1962년 게첼스와 잭슨이 진행한 창의성과 지성에 관한 심리 실험에서 사용한 종이 한 장을 복사한 것일 뿐이다. 아이들은 모두 운동장에서 술래잡기하기 라는 제목의 그림을 그리도록 요청받았다. 아이들은 대부분 그림에 많은 세부사항을 채워 넣었따. 학교 건물을 그려놓고 거기에 명칭도 붙였다. 그런데 한 아이가 제목을 '눈보라 치는 날에 운동장에서 술래잡기'라고만 바꾸어 놓고 백지 한 장을 그대로 제출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위의 그림이었다. 실험자들은 그 아이가 전형적인 방식을 따라 과제를 완성한 아이들보다 더욱 창의적인 사고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본문 22P

 

글쓰기에서 내가 가장 고민한 것은, '진부함' '상투성'이었다. 어떤 면에서, 클리셰가 되기도 하는 그것은, 좋아하는 독자들도 분면 있지만 작가의 입장으로만 생각했을 때 나만의 색깔을 만들지 못하게 한다. <5분 작가>에서는 창의적이고도 독특한 소스를 만드는 방법이 여럿 나와있다. '원격 연상'이나 시간제한 '미션' 같은 비법이다. 이 비법은 좋은 공부가 됭서 내게 좀더 재미있고 능동적이고 독특한 글쓰기를 유도했다. 그리고 내 글 역시 '개성'있는 글이 될 수 있단 걸 알려주었다.

 

글을 잘 쓰려면 몇 번이고 써봐야 한다. 하지만 무작정 글을 쓴다고 글솜씨가 늘지 않는다. 그것은 습작을 하면서 이론 공부를 놓으면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다. 나같은 경우엔 이론 공부 때문에 문장이 제법 재밌어진 경험이 있다. 습작을 할 땐 내 세계에 갇혀있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글쓰는 사람이라면 다양한 이론 공부가 언제나 필요하다.

 

<5분 작가>가 다른 이론 책보다 좋았던 이유는, 실질적이면서도 단순하게 표현됐단 점이다. 무엇보다 내가 이해하기 쉬운 공부 방법이 제일이다. 상투성 때문에 늘 고민했던 내게 <5분 작가>는 신선한 묘사를 펼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우리는 보통 상투적인 어구로 말한다. 초조해지면 안절부절 못한다, 추워지면 우리 손은 얼음장같이 차가워진다, 흐린 날이라면 아주 짙은 안개 속을 걸을 수도 있다. 우리의 적은 피도 눈물도 없다. 당혹스러운 환경에 처했다면 물 밖으로 나온 고기 처럼 느껴진다. 번개처럼 빠르게 달아날 수도 있다, 일이 잘못됐을 때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거나 납처럼 가라앉기도 한다. 위의 어구들은 모두 진부한 표현이다. 처음에는 매우 좋게 들렸던 표현들이지만 남용으로 인해 식상해졌다. (중략)

하지만 지부한 표현을 쓰는 작가의 사고가 진부해질 가능성이 있다. 진부한 표현이 독창적인 사고를 뒤덮어버린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중략)

그 바다는 변덕스러울 것이다. 그것은 그녀에게 고양이를 떠올리게 했다. 발톱을 감추고 있는 부드러운 발로 뛰어놀고 있는 고양이 같았다. 

 

본문 59p

 

모든 장르를 통틀어서 말하건대 개성이 중요하다. 개성을 가지려면, 나만의 기법이 필요하다. 소설에선 그것이 묘사나 말투이다. <5분 작가>는 위의 예시처럼 진부한 표현이 얼마나 안 좋은 표현인지 알려준다. 그리고 독특한 표현으로 생기 넘치는 은유와 직유를 만들어내는 공부법을 따로 알려준다. 게다가 상상력이 넘치는 글을 쓰기 위한 훈련법도 쓰여있다.

 

작가 양성 교육과정에 참여하는 한 학생은 밤에 침대에 누워 있다가 벽에 걸어둔 자기 옷 뭉치의 그림자를 보며 공포에 떨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여러분은 보토 구름이나 천장에 습기 찬 부분에서 여러 얼굴 형상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중략) 삶에서 마주친 경험과 영향으로 형성되고 채색되는 필터로 세상을 해석한다는 의미이다. 

 

본문 74p

 

다른 사람의 좋은 문장을 따라 쓴 적도 있고, 아무 주제나 가져와서 갑작스럽게 글을 써본 경험도 있다. 하지만 그 훈련법조차 익숙해지고, 더 좋은 방법을 강구하기 마련이다. <5분 작가>에서는 하루에 5분씩 그 짧은 시간을 투자하여 내 글글을 변화시킬 수 있는 '비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 깔린 총체적 의식은 '삶에 대한 태도'를 가리킨다.

 

 

궁극적으로 여러분이 얻는 것은 눈에 보이는 사물이 아니라 바로 경험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작가 톰 닐이 말했듯이 스위트룸은 여전히 끔찍한 사치일 뿐이며 은행 잔고를 다시 들여다볼 수 없게 할 만큼의 우울하게 만들었지만 삶에서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를 안겨준다

 

본문 88p

 

이러한 신빙성있고 탄탄한 책들이 나를 작가로 살아갈 수 있는, 눈과 마음을 만들어준다. 그렇다고 구구절절 감성팔이로 글쓰기 스킬이 부족한 이론 책도 아니다. 초보 작가가 자주 헷갈리는 시점이나 캐릭터의 성격을 재밌고 뚜렷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한다. 단지 내가 이 책이 다른 책보다 끌렸던 이유는 이론과 동시에 삶의 통찰력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그 이론을 쓰려면 어떤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야는지,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는지 스승처럼 알려준다. 의미에서 <5분 작가>는 작가지망생인 내게 뺏어갈 수 없는, 교과서같은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