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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책리뷰] 씁쓸하면서 현실적이고도 여운 남는 이야기들, 오직 두 사람 - 김영하

저자 김영하 문학동네 2017.05.25

 

책의 표지가 끌려서, 책 줄거리가 마음에 들어서, 오직 두사람을 읽은 건 아니다. 오로지 김영하 작가 이름 때문에 [오직 두사람]을 선택했다. 그의 필력은 진작 알고 있었고, 그의 소설들은 내 심금을 울렸었다. 그렇기에 책을 펼치자마자 순식간에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나는 본래 현실적이고 우울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문학적인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면 대부분 가르쳐드려고 하는데, 나는 솔직하게 말하겠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꾹 참고 읽는 편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실제보다 리얼한 드라마 장르의 영화를 즐겨 보았고 책 역시 진부하더라도 어딘가에 살 법한 측은한 캐릭터가 나오는 이야기를 선호했다. 그땐 지금과 180도 다른 취향이었다. 나는 사람마다 '두번째 생일'이 있다고 믿는다. 첫번째 생일은 자신이 태어난 날이고 두 번째 생일은 자신이 과거와 달라지는, 터닝포인트 지점이다. 과거와 달라진 나는 취향도 뒤집혀서 지금은 낙천적이고 개성 있고 재밌는 이야기를 선호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를 굳이 꺼낸 이유는 오직 두 사람을 읽은 이유가 오로지 김영하 작가 때문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완전 순문학을 안 읽는 건 아니다, 웹소설과 드라마 영화보다 많이 접하는 게 문학이다)

 

오직 두 사람은 김영하 작가의 단편이 모여있는 책인데, 단편인데도 이렇게 긴 여운을 줄 수 있구나, 깨달았다. 타이틀에 걸맞게 첫 번째 이야기는 오직 두사람이란 단편이다. 평범한 듯 하지만 남들과 다른 부녀 이야기가 쓰여있다. 바늘과 실 같던 부녀 관계이지만, 그 관계 이면에는 집착이 있다. 딸은 독립할 시기에도 아버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아버지는 사랑이란 이름으로 가려진, 자신이 할 수 있는 이기적인 방법으로 딸을 고생시킨다. 실제로도 자식의 행복보다는 자신의 이성에 맞추어 육아를 하는 부모들이 많으니 그러한 기사들이 생각나게 되는 이야기였다.

 

오직 두 사람에서 내가 가장 감명깊게 보고, 잊지 못하는 이야기는 <아이를 찾습니다> 였다. 실종된 갓난아기를 잊지 못하고 과거에만 살던 부부는 몇 십년이 흐른 후에야 자식을 찾게 된다. 하지만 그의 어미는 상실감에 이미 정신이 나갔고 아비는 자식 찾기에 혈안이 되어 직장도 그만 둔 후였다. 가난한 집에 돌아온 아이는 납치범을 자신의 친어머니보다 더 그리워하고 있었으며 현실보다 더 참혹한 현실 이야기가 펼쳐진다. 

 

나는 한탄을 금치 못했다. 어느 정도까지 이야기가 바닥으로 꽂히는 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누가 가슴을 쥐어짠 듯이 저미고 아픈 이야기의 홍수 속에서, 결국 책을 덮었다. 하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떠오르는 이야기의 여운이 나를 다시 책으로 이끌었다. 정말 어디선가 이런 삶이 있지 않을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사건들이 벌어지지 않을까, 이름 모를 그들이 걱정되면서도 왠지 모르게 위안이 되는 것이다. 이런 엉터리 삶도 있어, 나만 엉터리가 아니구나 싶은. 묘한 설득력.

 

두고두고 읽고 싶은 책이 아닐까 싶다. 정말 가슴 설레고 무덤까지 끌어안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책은 아니지만. 이런 이야기들을 접하면서 현저히 짧았던 내 이해의 폭이 점점 넓어지는 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