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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책리뷰] 글을 잘 쓰고 싶다면, 글을 잘 쓸 수 있는 인생을 살아야 된다. 글쓰기 비행학교 - 김무영

저자 김무영 씽크스마트 2014.07.30

 

작가지망생들에겐 각자 스승이 되어준, 바이블처럼 소중한 책이 있다. 수십권의 작법서를 가진 내게도 가장 애정이 가는, 글쓰기 책이 있다. 그 중 하나가 <글쓰기 비행학교> 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구매했던 <글쓰기 비행학교>. 크기도 작고 분량도 짧다면 짧지만, 그 어떤 작법서보다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작가는 초반에, 잘 쓴 글이 무엇인지 정의부터 내린다. 십몇년간 글을 쓰면서 자신은 글쓰기를 오해했었다고. 글을 잘 쓰기 위해 테크닉이나 요령을 알아내는 건 아무것도 아니며 자신의 부터 고민해 봐야 한다고 한다. 처음엔 이 이야기가 엉뚱 깽뚱한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글 쓰는 사람들이 한번은 느껴보는 당연한 이치인 것이다.

 

나다운 삶을 살 때 나다운 글을 쓸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작가는,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글 역시 허무맹랑한 글을 쓸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단순히 어려운 문장으로 이루어졌으며, 아름다움을 뽐내고, 지식을 쌓기 위해, 집필한 책은 세상에 수두룩 빽빽 많다. 하지만 그 모든 책이 베스트셀러도 아니며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지 못한다. 그 이유는, 개성이 없기 때문이다.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해선, 나다운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글쓰기에 있어서 경험보다 더 확실한 자산은 없다. 꼭 박사 학위를 받거나 자격증이 있다고 잘 아는 건 아니다. 자신의 경험이야말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나다움의 근거가 된다. 똑같은 경험이라 할지라도 사람마다 저마다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나다워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삶을 깊이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럼에도 왜 좋아하는 것을 잡지 못했고 원치 않으면서도 해야 했는지 정직하게 자문해봐야 한다.

 

본문 68p

 

누구나 쓸 수 있는, 똑같은 글을 쓴다면 글쟁이에게 그만큼 불행인 일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이 책에서는 독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독자 없이는 작가도 없다’ ‘작가가 독자가 앍고 싶은 것을 써주고, 독자는 작가가 쓰고 싶은 것을 읽어주는 것이다글쓰기엔 협업이 중요하며 그 글의 독자가 누구인지 잘 파악하라는 얘기도 담겨있다. 그런데 이러한 내용은 나에게 조금 신선했다. 글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플롯을 어떤 방식으로 짜야 할지 알려주는 책은 많지만, 나역시 글을 쓰지 않았을 때, 독자였을 시절 했던 생각을 일러주는 책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위대한 책을 쓴 카프카의 예시도 나온다. 카프카는 오로지 글쓰는 행위만 중요시했던 작가지만 생전엔 독자가 없었다는 것. 외로운 생을 마감했을 후에야 독자가 생겼고 우리가 상기하는 카프카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의 삶은 우리와 근본적으로도 보편적으로도 다르지만, 글쓰기가 목표인 사람이 명시하기엔 좋은 이야기가 된다.

 

독자를 파악했으면 이 시대가 어떤 글을 원하는지, 시대상을 파악하라고도 일깨워주는데 나는 <글쓰기 비행학교>를 통해서 인스턴트 글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테이크아웃이니 레토르트 식품이니 모든 게 간편해진 세상이다. 시대의 흐름을 읽으면 독자들이 어떤 글을 원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시대의 몰이해는 작가에겐 굉장한 흠이 된다.

 

나의 책장 2/3는 수십권의 작법서가 차리하고 있다. 수많은 작법서 중에 단연 으뜸을 꼽으라면 그건 바로 <글쓰기 비행학교>. <글쓰기 비행학교>는 작가들이 잊어버릴 수 있는, 글쓰기의 본질을 알려준다. 두고두고 읽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