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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책리뷰] 웹소설 없던 시절, 내가 사랑했던 뱀파이어 로맨스 소설, 트와일라잇 - 스테파니 메이어

저자 스테파니 메이어 2006.09.06

 

책이 원작인 영화인 경우, 원작의 기대에 못 미쳐 질타를 받는다든가 독자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나역시 책을 감명 깊게 보면 영화를 비추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트와일라잇>의 경우엔 그 순서가 다르다. 학생 시절 나는 이 작품을 영화부터 접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보았던 그 영화는 내게 허무감만 안겨주었다. 나중에서야 원작을 읽었는데, (번역이 잘 된 상태라) 재밌게 몰입할 수 있었다.

 

뱀파이어와의 사랑은 고대부터, 사람들이 갖고 있던 환상 중 하나였다. 물론 사람을 물어뜯어 죽여버리고 피를 빨아먹는, 공포 이미지가 더 심할지언정 분명 그 존재와의 연애물은 늘상 우리 곁에 있었다.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뱀파이어>만 보아도 묘하게 설레며 94년도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만 보아도 뱀파이어의 소재는 잘생긴 외모에 빨려들어갈 만큼 재밌으니깐.

 

21세기에 들어 뱀파이어 바람을 일으킨 건 당연히 <트와일라잇>이다. 원작의 문체가 부실하고 뻔한 로맨스 라인에 혹자는 욕할 수 있을지 언정 대중에겐 사랑받았다. (이런 면에선 내 취향은 정말 대중적이다) 그렇다면 트와일라잇의 매력은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주인공 벨라는 피닉스에서 포크스로 이사를 간다. 두 지역의 이미지는 180도 다르다. 햇빛 창창하고 싱그러운 피닉스에 비하면 포크스는 사계절 대부분 날이 흐리고 숲에 둘러싸여 온통 푸르디푸르다. 전학을 간 벨라는 신비한 존재, 에드워드 컬렌을 마주한다. 순식간에 사랑에 빠진 벨라는 에드워드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두 사람은 위험한 사랑 모험을 시작한다.

 

생각보다 단순한 로맨스 라인이고 두 사람이 어떻게 빠지며 사랑하게 되는지 그 부분이 명확하지 않다. 에드워드는 벨라의 속마음이 들리지 않아서, 벨라는 에드워드가 신비롭고 아름다워서. 이 정도로 단순하게 추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사실 현실에서도 누군가를 좋아하게 될 때 이유를 명확하게 아는 사람은 드물고 로맨스 덕후인 내게 이런 사소한 점은 쉽게 지나칠 수 있다. 가끔씩 뜨악같은, 말도 안 되는 문체에 정말 뜨악하고 책을 덮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지만 그래도 기본 스토리가 좋으니깐 계속 읽게 된다. (이 부분은 웹소설 시장 굴러가는 모습과 거의 비슷하지 않은가?)

 

트와일라잇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은 벨라의 캐릭터였다. 사실 에드워드는 아름답고, 옛날 사람이며, 음악을 좋아한다는 특징 외에는 딱히 대두되는 요소도 없고 뱀파이어라는 존재를 빼면 남는 거 없이 단순하다. 하지만 벨라는 달랐다. 똑똑하고 현실적이지만 겁이 많고 그래서 덤벙거리는, 누군가 지켜주고싶단 보호 본능을 일으키고 현실의 우리와 닮은 점이 많다. 게다가 벨라가 처한 상황은 우리가 늘 여성향 소설 속에서 기대하며 재밌었던 클리셰다. 새로운 학교에 전학 갔는데, 모두가 나를 주시한다, 게다가 도시에서 딱히 인기 없었던 내가 시골에선 인기 있다니? 인기 클리셰와 판타지 존재를 적절히 버무리는 재주도 작가의 재주다! (물론 내가 칭찬하는 점은 트와일라잇 시리즈 중 1편이지만)

 

트와일라잇을 통해 깨달은 점은, 대중에게 사랑받는 이야기엔 문체든 클리셰든 중요치 않다는 것이다. 대중이 선택한 이유가 분명 존재하고, 그 이야기는 그만한 값어치를 톡톡히 한다는 것이다. 2019년이 된 지금도 뱀파이어와의 로맨스를 떠올리면 당연히 트와일라잇 외엔 딱히 생각나는 작품이 몇 없다. 그러니깐 단순히 고집을 부리면서 아직까지 트와일라잇을 읽어보지 않았다면, 한 번쯤 이 책을 읽어보아라. 시간이 후딱 지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