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한 건 유명한 이유가 있다. 재밌고, 남다르니까!
무슨 책을 읽을까 책장을 보다가, 예전에 보았던 완득이가 꽂힌 걸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제목만 보아도 웃음이 빵 터지는 이 책은, 내 마음 속 다시 보고 싶은 책 중 1위다.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도 하고, 선생님으로 일하는 현재도 떠올리게 하는, 즐거우면서도 짠한 이야기, 완득이.
주인공 완득이는 가난한 집 아들에 공부도 못 하고 잘난 데 하나 없는 열일곱 소년이다. 그러나 자존심 세고 체력 하나는 끝내줘서 싸움만큼은 내로라한다. (자랑인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녀석의 누추한 집 근처엔 학교 담임, 일명 똥주가 살고 있다. 햇반을 던져서 받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말이다. 그는 완득이 가족에게 거의 이웃사촌이 되었다.
동주는 완득이의 밥상을 노릴 만큼 삼촌같은 선생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불법 체류자들을 도와주는 마음씨 좋은 사람이다. (사실 완득이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소외계층이다) 담임 선생의 지옥행을 바라고 기도하러 간 교회가 사실은 불법체류자들의 쉼터였음을 깨달은 완득이는 더 이상 그곳이 자신과 인연이 없길 바란다. 하지만 동주가 완득이가 모르고 놓쳐버렸던 귀중한 붉은 끈을 완득이에게 다시 쥐어 주면서 그들은 그저 학창 시절에만 지나가는 사람들이 아닌, 꽤 뜻깊은 인연으로 거듭난다. 그리고 공부를 못 하는 동주는 그나마 주먹이 세서, 킥복싱을 시작하는데 의외로 그곳에서 재능을 발견하고 몰랐던 삶의 재미를 깨달아간다.
이 이야기 속엔 여느 사춘기 아이들을 위한 무지개 같은 환상은 없다. 읽을수록 눅눅하기 짝이 없는 에피소드만 등장한다. 하지만 다른 책과 차이 점이 하나 있따면 유머이다. 몰입하게 하고, 독자를 피식피식 거리게 만드는 마법이 깃들어있다. 맛좋은 국수처럼 후루룩 먹을 수 있는 가독성이 있어 어떤 아이라도 쉽게 읽을 수 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가가대소 하는 <완득이>는 꽤 깊이 있는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까마득한 어린 시절을 떠올려주기도 하였고, 현재 선생 노릇을 하는 내게 깊은 깨달음을 주기도 했으니까. 누구나 위태롭던 시절. 그런 추억 하나쯤 있지 않은가? 돌이켜보면 내겐 동주 같은 선생이 없었다. 선생과 인연이 특별하게 없던 나는 오히려 원수면 원수 같은, 잊어버리고만 싶은 선생들이 떠오른다. 완득이에서 나오는 동주는 누구보다 선생님 다운 선생님이고 마음씨 따뜻한 교육자다. 그러므로 나는 씁쓸하지 않았다. ‘완득이’를 읽고 누군가에게 동주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희망을 얻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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