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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책리뷰] 어른이 됐으니 이젠 원작 동화를 읽어봅시다. 그림형제 동화전집 - 그림형제

 

[책리뷰] 어른이 됐으니 이젠 원작 동화를 읽어보세요, 그림형제 동화전집 - 그림형제

 

ㅡ 크리스마스 선물로 나에게 '그림 형제 동화 전집'을 사줬다. 

평소 동화에 관심이 많다. 상사에게 빈 말도 잘 못하는 어른이 된 나에겐 여전히 동화적인 환상이 남아있는데 그것도 그렇지만 스토리 욕심이 많기 때문이다. 동화는 스토리의 기초 중 하나이므로 여러가지 동화를 읽으면서 스토리 공부를 해왔다.

그림 형제 동화를 차례 차례 읽으면서 스토리 분해하는 나도 꽤 변태같지만 어릴 적부터 떠돈 민담, 동화 역시 만만치 않다. 요즘 '아름답지 않을 권리' 책을 읽는 중인데 책의 저자가 거울을 보지 않는 계획을 세운다. 거울을 보면,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게 아니라 좀더 타인의 시야에 맞춰서 가꾸고 연기하기 때문에 한동안 거울을 쳐다도 안 보고 생활한다. 어디 아프냐, 안색이 안 좋다라는 말을 듣긴 하지만 저자는 꿋꿋하게 거울을 보지 않고 살아가며 당당한 자신이 된다. 그 대목을 읽고 대단하다고 여겼는데 마침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손에 쥐어진 그림형제 전집엔 백설공주 이야기가 펼쳐진다.


왕비는 빼어난 미인이지만,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없는지 거울을 보면서 끊임없이 물어본다.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그럼 거울은 대답한다. "눈처럼 새하얗고 어린 백설 공주입니다" 거울의 대답에 왕비는 분노하고, 백설공주를 살인하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백설공주는 죽지 않고 살아 났고 결국엔 왕비는 빨간 신을 신고 죽을 때까지 춤을 춘다. (원작에는 놀랍게도 왕자의 키스는 없다. 왕자는 쓰러진 백설공주를 일으켰고, 백설공주 스스로 독사과를 뱉어내서 살아난다. 백설공주 안에서 왕자 캐릭터는 그저 지나가는 조연일 뿐이다)


원작을 읽은 나는 망치로 한대 두들겨 맞은 기분이었다. 이 동화는 대체 뭘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물론 왕비는 남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해서 행복하지 못 했다. 불행을 자초한 존재이며 백설공주 역시 살해의 위헙을 느끼고도 대처하지 못한 불운한 존재다. 내가 손가락이나 빠는 어린 아이였다면 백설공주를 읽은 후 크게 깨달았을지도 모르지만 문제는 이제 어른이란 점이다. 


동화는 도대체 왜 두 여인을 이토록 망가뜨리지 못해서 안달일까. 어째서, 남과 비교하는 문제가 '미모'일까. 미련한 왕은 아내와 딸이 시기하도록 내버려두었으며 방관한 죄로 벌을 받지 않는 이유는 뭘까?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 왕자는 무슨 자신감으로 백설공주 앞에 당당히 나타날까? 사람들은 왜 왕자의 키스를 넣었을까?


문제를 깨달으니 불편해지는 동화였다. 물론 그림형제 탓을 하진 않겠지만 (그들도 떠돌던 미담을 자신들 스타일로 바꾼 것이기 때문에) 조금 충격이다. 그들은 1700년대 사람이다. 동화 작가였던 그들이 표현하는 여자 캐릭터들. 여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지 않으면 동화에 동물이나 끼워넣는 것이다. (고양이와 쥐로 인간의 본성을 대신한다) 오히려 그들은 역발상으로 성별을 꼬집었을까? 그렇다고 보기엔 동화에 아쉬운 점이 많다. 


여자는 미모에 집착 하고 서로를 시기한다. 내가 어릴 적만 해도 자주 듣던 소리다. 세상 이들이 주문처럼 외우다보니 그것을 모토로 정해놓은 여자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안타깝다. 그것이 1700년대에 쓰여진 동화 속에 고스란히 적힌 걸 보면... 그저 한숨만 나온다. 변한 것이라곤 세 상말곤 여자들 스스로 이게 '문제'라는 걸 의식하고 깨어있단 점. 그게 작지만 큰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