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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책리뷰] 문과가 상상하면 이과는 실행해주길 바란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 역자 이세욱 출판: 열린 책들 2009.12.20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천사들의 제국' 시리즈를 읽을 때였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책에서 항상 등장하는 지식의 백과사전이 궁금했으므로 나는 이 책을 구매했다. 과연 그가 써내려온 사전엔 무슨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까? 호기심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을 모두 읽었을 무렵엔 남자처럼 짜릿한 상상력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란 의문도 들었다.

 

시작의 말에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장' 이라고 쓰여있다. 이 책은 확실히, 평소에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서술해준다. 신이 세계를 창조하는 법 이랄지, 인간과 개미의 특징과 차이점, 파리 지하철에 귀뚜라미가 왜 나타났는지에 대한 것들.. 등등.

 

프로파일링에 따르면 서재만 보아도 그 사람이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단박에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은 결국 자기만의 세계에서, 자기만의 생각을 갖고 살아간다. 만일 상상력이 부족하고 정형화된 생각의 틀 속에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의 책을 추천한다.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건드리므로 단기적인 독서 계획을 짤 때 이 책은 비추한다. 길게, 오래, 보면 좋은 책이다.)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세계를 창조하는 법(거의 우주 레시피)이었는데, 시작부터 범상치 않았다. ‘당신이 어린 신이라고 가정하자. 당신은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고 싶어한다. 어떻게 하면 되겠는가?’ 나는 상상 속에서, 꿈 속에서, 어디서든 내가 나 자신을 신이라고 지칭해본 적도 없고 그렇게 가정해본 적도 없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하여 우주를 다스리는 신이 된 기분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 점은 일상에서 접할 수 없는 세계로 나를 이끄는 기분이 들었다.

 

평소 호기심 많은 사람이 읽는다면 그 궁금증은 충만하게 채워질 것이다. 하지만 어느정도 판타지가 가미된 이야기라 완전한 사전은 아니다. 그것이 이 책의 큰 매력이다. 이런 정도의 상상력을 가져야 그런 신비한 소설을 쓸 수 있는 것일까, 하는 감탄을 가져오기도 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책 답게 이 책에선, 개미와 벌이 많이 등장한다. 그들과 인간의 공통점은 이 세계에서, 생명체 사이에서, 유일하게 정치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차이는 벌은 그 본능을 교묘하게 사용하여 다툼을 벌이고 개미는 유대관계를 쌓아서 돕는다는 점이다. 인간은 과연 어떤 존재를 닮았을까?

 

인간에 대한 사유와 철학적인 이야기도 담겨있다. ‘당신은 누구인가?’ 식의 주제를 과학적인 이야기와 버무린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당신은 71퍼센트의 물과 18퍼센트의 탄소, 4퍼센트의 질소, 여러 가지 희유.. 규소를 함유하고 있다’‘ 당신은 하나의 화학적 구조물이면서 훌륭한 건축물이다’ 그것은 내가 단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고 약간의 놀라움과 당황스러움을 겪었다.

 

그러므로 인간적인 위로나 메시지를 바란다면 이 책은 적절치 않을 수 있다. 철학적인 물음이긴 하지만 과학적인 재미와 판타지 서사가 뒤섞인 게 강점이고, 나 스스로가 그 분야를 탐독한 경험이 없다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현재 21세기는 과학이 발달하는 시기이고, 그 시기에 적절하게, 생각할 수 있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책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