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은 분명 화려한 생활을 선물해주지만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쇼핑 중독에서 벗어나 착한 소피 프로젝트를 시작하자!
이 책에 끌렸던 이유는, 제목 그대로였다. 나역시 굉장한 쇼핑 홀릭이고, 별나고도 평범한 이 취미 때문에 통장 잔고를 걱정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엄청난 수입이 없으면서 매번 비슷한 옷을 사고, 옷을 잘 관리하지 못하여 결국 버리기를 일쑤, 필요 없는 악세사리까지 구입하는 나였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 거의 이렇지 않을까? 과연 똑똑한 쇼핑이란 게 있을까? 책을 읽기 전에 반신반의했다. 결국 쇼핑하는 얘기인데 그럴듯한 말로 꾸며내지 않았을까 의구심을 가진 채 읽기 시작한 이 책은, 나의 일상을 어느 부분 바꿔주었다. 나는 이제, 과거보다 검소해졌고 쇼핑 철학이 단단하게 생겼음을 자신있게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 누누는 엄청난 쇼핑 홀릭자이다. 옷장엔 옷이 미어터질 듯이 많고, 여행을 가면 무조건 쇼핑 센터부터 들리고, 그 많은 옷들에 쌓여서 집 주인마저 자신이 아니라 옷을 위한 공간이었던, 그렇게 본능에 충실한 여자였다. 그러던 어느 날 옷에 미친 자신의 모습을 바로 보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1년간 쇼핑 금지를 시작하고 그 후기 썰을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한다.
이 이야기는 생각보다 평범하거나 가볍지 않다. 그녀는 자신이 사던 옷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제조 현장과 과정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청바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아프리카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 받는지, 얇은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 데 물이 얼마나 필요한지(무려 욕조를 열 다섯 번 채울 수 있는 양의 물, 2천 7백리터다), 목화 재배를 하던 농부들이 어떻게 자살하게 되었는지, 등등. 겉보기엔 아름다운 옷이지만 그 뒷면에 숨겨진, 피비린내 나는 씁쓸한 비하인드를 마주치게 되고 과감하게 독자들에게 그 이야기를 전해준다.
항상 ‘패스트 쇼핑’ 즉. 헐값, 저렴한 옷을 여러 벌 사고 그것을 반복했던 그녀였다. 귀한 자원의 낭비와 엄청난 인력 소모, 에너지 소모를 깨닫게 된 그녀는 이제 다시는 그런 쇼핑은 하지 않는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싼 값의 옷을 보고도, 왜 가격이 낮은지 의심조차 해보지 않았던 자신의 과거를 반성한다. (그렇다고 비싼 의류 브랜드도 환경 파괴를 피해갈 수 없는 일은 아니다) 뒷장을 넘길 수록 어떻게 해야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는지, 평화로운 소비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 가는지 많은 방법들을 기록해간다.
이 책을 보기 전에 나 자신은, 우물 안 개구리였다. 책의 앞부분을 읽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소비 생활의 ‘돈’만 걱정했지 환경이라든가 인력 문제 같은 고차원적인 사고를 해본 적이 없다. 세상에 얼마나 한심하고 멍청했던가! 책을 읽고 난 후, 반성했다. 나는 매번 저렴한 브랜드의 옷, 패스트 쇼핑을 해왔고 그 옷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조차 궁금증도 없었다. 게다가 매번 비슷한 옷을 사면서 옷 관리하는 법도 잘 몰라서 그냥 그냥 버리기 일쑤였다. (사람들 대부분 그러겠지만) 그런데 옷은 수리수리 마수리 얍, 주문을 외치면 바로 등장한 게 아니다. 비단 옷뿐만이 아니다. 가구나 다른 쇼핑 물품들도 마찬가지다.
<매달 통장 잔고를 걱정했던 그녀는 어떻게 똑똑한 쇼핑을 하게 됐을까>는, 돈을 좀 모으고 싶은데 쇼핑 때문에 걱정인 사람들을 위한 책이 아니다. 환경을 사랑하거나, 소비를 하는 이들이 (사실 세상에 태어난 이상 모두들 소비하니까 나는 아니란 생각은 버리길) 현명한 쇼핑을 위해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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