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무엇을 해야할까? 매일 운동을 하여 근력을 키우고 몸을 단련하면 될까, 요가나 명상을 하여 정신수양을 통해 성숙해지면 될까. 물론 두 가지 모두 단단해지는 방법이긴 하다. 내가 생각했을 때 단단함은 자신만의 "일상"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것이 특이한 발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경험에서 우러나온 결론이다. 멘탈이 무너지고 마음이 힘들 때마다 공통적으로, 나는 일상이 사라져버렸다.
사람들은 일상을 등안시 하기 마련이다. 일상? 그까짓꺼 뭐. 하지만 몸이 아파서 장기간 병원에 입원하거나 가족 중 누군가가 죽었을 때 지난 일상을 돌이키며 후회한다. 그때가 행복했지. 왜 몰랐을까.
필자 역시 알아주는 약골로 자주 아팠고, 병원에 입원한 적도 많고, 상담 치료도 받아본 적 있다. 그렇기에 공감한다. 일상이 있는 사람은 단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여기서 말하는 일상이란 그저 평범한 하루가 아니라 자신이 구축해놓은 습관의 결과를 단번에 볼 수 있는, 반복되는 하루이다. <아무튼 계속>의 저자는 어제와 같은 오늘, 그리고 오늘과 똑같은 내일을 살기 위해 자신의 루틴을 건강하게 유지한다.
자기만의 확고한 일상의 루틴으로 가장 유명한 인물은 칸트다. 그는 평생 여행 한 번 안 가고, 정해진 시간에 산책을 할 만큼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ㅏㄻ을 살았다고 한다. 칸트는 건강이 좋지 않아 규칙적인 생활을 습관화했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는 정서적인 자원에 연유가 있다. 어떤 나태함도 일상에 침투하지 못하도록 예방하는 경계태세이자 흘러가는 세우러을 최대한 끌어안으며 살고 싶은 내가 시간을 마주하는 방식이다.
본문 9p
<아무튼 계속>에서는 tv 칼럼니스트인 저자의 일상 루틴이 빼곡히 적혀있다. 월수금엔 세번 수영을 가고, 봄마다 감상하는 영화가 있고, 잠자기 전에 플레이 모빌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나중에 책을 덮을 땐 얼굴도 모르는 사람인데, 그 사람의 일상을 읽은 것만으로도 친근감이 생긴 기분을 느낀다. 그런데 이 기분, 낯설지 않다.
요즘은 유튜브에서 브이로그가 유행하고, tv에서는 관찰 예능이 대세다. 누군가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일로 사람들은 즐거움을 얻는 것이다. 나도 그 일상 기록의 홍수 속에서 <아무튼 계속>을 접했다. 그러므로 익숙할만도 하다. 먹방을 자주 보면 다음 날 무슨 메뉴를 먹을까 고민하는 바람에 다이어트나 몸무게 유지를 망치는 경우가 많지만, 브이로그나 에세이는 오히려 내게 활기를 가져다주는 느낌이다. 어떤 부지런한 사람의 일상을 엿보면 내 게으름을 반성하고 한 번쯤 청소하게 되니 말이다. 그래서 tv를 볼 때도, 게임을 할 때도 일상과 관련된 컨텐츠를 우선 적으로 선택한다.
그래도 그 중에서 책이 주는 즐거움이 더 크다. <아무튼 계속>에선 수영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간접적으로 수영한 기분이 들어 개운함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수영 젬병인 나는 수영하는 영상을 아무리 봐도 제3자의 시각으로 볼 수밖에 없는데 책에서는 손의 각도와 차가운 물의 기운 등 오감을 자극하는 부분이 많아서, 보는 내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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