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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책리뷰] 눈치 보지 말고 소신껏 살아가요. 교과서 동화. 줄무늬가 생겼어요 - 데이빗 섀논

저자: 데이빗 섀논 역자: 조세현. 비룡소 2006.11.03

 

화려하고 독특한 표지가 눈길이 갔다. 여자아이의 몸뚱아리가 보통같지 않아서. 하얗거나 꺼멓거나 누리끼리한 살색이 아니라 무지개같은 강렬한 컬러로 입혀져 있어서 표지부터 평범하지 않았다. 또한 교과서 수록 도서라기에 다시 한 번 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끌리듯 책을 샀다.

 

동화를 무척 좋아해서 많은 책을 읽어봤지만 <줄무늬가 생겼어요>는 다른 동화와 달리 현실적인 고민을 내놓는다. 그 주제는 바로 타인의 시선이다. 주인공 카밀라는 아욱콩을 좋아하지만, 친구들이 싫어한다는 이유만으로 아욱콩을 먹지 않는다. 아이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여 자신의 선택을 억누르는 삶을 택했다. 그리고 학교 등교 첫날에,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다. 두드러기도, 눈병도 아닌 온 몸에 줄무늬가 생기는 기이한 병에 걸린 것이다.

 

평범한 아이들 속에 줄무늬 카밀라는 분명 돋보였다. 줄무늬는 시시때때로 변했다. 어떤 아이가 물방울를 보여달라 하면 물방울 무늬 색깔로 바뀌기도 했고 사각형을 부르면 사각형 모양으로 바뀌었다. 죄다 평범하지 않은 색깔이었고 카밀라는 병원에 가보았으나 병을 치료할 수 없었다. 특이한 질병에 걸린 카밀라는 연구 대상이 되었다. 변하면 변할수록 사람들의 눈초리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카밀라 역시 점점 괴물처럼 변해서 더이상, 스스로 자기 자신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변해버렸다. 인간인지, 해괴한 외계인인지 알아볼 수도 없었다.

 

그렇게 가엾은 카밀라를 구원해준 것은 상냥한 할머니의 등장이었다. 할머니가 도움을 주었다. 아욱콩을 준 것이다. 아욱콩을 먹으면 항상 친구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이상하게 보았지만, 카밀라는 아욱콩이 좋아하는 음식임을 타인에게 숨겼지만 카밀라는 이제 그런 시선따위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눈 딱 감고 아욱콩을 먹었더니 마법처럼 자기 자신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단순하다면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 이 동화가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나도 언젠가 카밀라처럼 나 자신보다 타인이 먼저였다. “이 사진을 배경 화면으로 해놓으면 애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날 관종으로 여기겠지?” “이 옷을 입으면 뱃살이 튀어나와서 사람들이 웃겠지?” 거울 속에 비치는 나 자신을 보면서, 3자를 생각하고 타인의 뒷말을 염려했다. 하지만 이젠 그런 고민은 바보같고 철없는 고민임을 알게 되었다. 누가 어찌 생각하든, 내가 1순위다. 나보다 큰 존재는 없고, 어떤 상황이든 나 자신을 생각하고 나를 배려해줘야 한다. 남이 원하는 걸 택하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걸 택해야 삶 자체도 내 것이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을 땐 나 역시 카밀라처럼 내 몸이 괴물 같고, 줄무늬가 있는 것 같고, 나를 계속 검열하며 숨 쉬지 못하게끔, 답답하게 만들었다.)

 

어린 아이들이 이 동화를 본다면, 의미를 다이렉트로 깨닫진 못할 것이고 단순히 판타지로 오인할 수 있다. 그러나 주제와 카밀라의 성장은 어림짐작 할 순 있겠다. 읽고 있는 이가 줄무늬를 가졌던 밀라처럼 행동한다면. 만일 카밀라처럼 가면을 쓰고 타인에게 맞춰간다면, 나에게 있는 아욱콩을 찾아라. 그 아욱콩을 숨기지 말고 표현한다면, 삶이 180도는 아니더라도 반절은 바뀔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