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마음이 아프고 힘들 땐 책에 기대보자.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 정호승
수명이 늘어난 백세 시대. 이 십대는, 앞이 창창한 젊은이에 불과하다지만 나는 인생의 쓴맛을 일찍 맛 본 편이다. 재미로 보는 사주에서도 아픔을 일찍 겪는 편이라고 쓰여있듯, 내 또래들보단 세상의 뒷면을 이른 나이에 보았다. 죽음을 앞둔 적도 있었고, 고독의 길 끝까지 걸어본 적도 있으며 몸이 아픈 적도 많다. 그렇다보니 나는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지게 되었다.
독서가가 된 이유가 아픔 때문인데, 책이 없었으면 살지 못했으리라. 고독해지면 나는 책을 읽는다. 뒤통수 치는 사람들보다 믿을 수 있는 건 책이다. 책은 내가 왜 이렇게 처참한 기분에 휩싸였는지 알게 해준다. 그리하여 내가 어떤 태도로 삶을 대하고, 마음을 어떻게 치유해얄지 해결책을 준다. 한 마디로 마음의 처방약 같은 것이다.
그렇게 사람이 가장 힘들 때 필요한 건 따뜻한 몇 마디일 뿐이다. 위로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마음을 움직이는 몇 마디 문장에 가슴이 뜨거워지고, 남은 인생을 열정적으로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그런 이치를 깨달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읽은 책이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이다.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를 알게 된 이유는 정호승 시인의 열렬한 팬이었기 때문이다. 수선화에게로 유명한 정호승 시인은 유독 사람의 마음을 다독이는 분위기의 글을 잘 쓴다. 그래서 외로울 때 나는 정호승 시인의 시를 보며 위안을 얻기도 했다. 게다가 시는 소설이나 시나리오보다 짧은데도 그것만으로도 마음을 울리기에 적합해서 시인은 마법사가 아닐까도 생각했다.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는 정호승 시인이 살아가면서 힘들 때 적어두었던 문장들이 실려있다.
곡선보다 직선을 그려라.
시인은 직선적인 삶을 지향해왔다고 한다. 강물처럼 이리저리 굽이치는 사람이 되기보다 (인생에 역경이 많고 마음의 기복이 많은 걸 표현한 게 아닐까) 절벽 아래로 꼿꼿하게 쏟아지는 폭포같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더랜다. 하지만 인생은 꼭 직선만 있는 게 아니다. 좌절이 없는 도전이 없듯 곡선 없는 직선은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그가 표현하는 우아한 문장과 이야기에 힘든 마음이 사르르 녹는 듯 하다. 그래서 이 책은 힘들었던 내 마음에 선물하는 초콜릿과도 같았다. 책을 읽다보니 나중엔 나도 알고 있는, 저자가 없이 떠도는 유명한 시도 담겨있었다.
오늘 내가 헛되이 보낸 시간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입니다
시간의 아침은 오늘을 밝히지만
마음의 아침은 내일을 밝힙니다
열광하는 삶보다 한결같은 삶이 더 아름다운 것이며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에게서나 배웁니다
부족한 사람에게는 부족함을
넘치는 사람에게는 넘침을 배웁니다
스스로 신뢰하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에게도 성실할 수 있습니다
살다 보면 일이 잘 풀릴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살다 보면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이것도 오래가지 않습니다
소금 3%가 바닷물을 썩지 않게 하듯이
우리 마음 안에 있는 3%의 좋은 생각이
우리 삶을 지탱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긍정의 에너지가 샘솟고 감사하고 싶어지는 귀중한 글들. 그런 글과 정호승 시인의 지혜가 섞여있으니 이 책만큼 위로가 되는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