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책리뷰] 일기를 쓰는 일이 중요한 이유. 밥보다 일기 (서민 교수의 매일 30분, 글 쓰는 힘) - 서민

잡풀 2020. 5. 13. 09:29

저자 서민 책밥상 2018.10.29

 

일기를 다시 쓰게 된지 약 2년이 지났다. 다이어리를 쓸 때 가끔씩 일상을 적는 일은 있었지만, 일기를 쓰는 건 초등학생 이후 처음이었다. 나이를 먹어서도 왜 일기를 써야 하는지, 일기가 왜 중요한지 처음엔 이유를 몰랐다. 그런데 이제 몇년 정도 꾸준히 일기를 쓰다 보니 일기의 장점을 알게 되었다. 나의 습관 패턴을 알 수 있고, 내가 어떨 때 기쁜지, 슬픈지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일기에 매력을 느껴갈 때쯤 '일기'와 관련된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접한 책이 서민 교수의 <밥보다 일기> 이다.

 

서민교수는 글쓰기의 첫번째 단계가 일기라고 표현한다. 글쓰기를 잘 하고 싶다면, 일기부터 쓰라는 것이다. 작가 지망생인 내가 보기에도 맞는 말이다. 자전적인 글쓰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일기는 누구나 써본다. 어린 시절, 숙제 때문에 쓰던 일기는 우리들의 글짓기 시초이자 글짓기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맞는 이야기다. 일기나 블로그 리뷰만 써봤던 시절, 소설을 쓰고 싶었을 때 1인칭 시점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마무리를 지은 건 몇 편 안 되지만, 모두 다 일기를 써본 경험 때문일 것이다. 매일 매일 글쓰기를 경험하고 싶다면 일기를 써라.

 

그렇다면 일기는 왜 써야 하는 것일까? 서민 교수는 한비야 씨를 예시로 들면서 그녀의 이야기를 해준다. 외국계 회사를 그만 두고 오지로 여행을 떠났던 한비야씨에겐 시련이 많았는데 그 시간을 버티게 해준 건 일기였다고 한다. 

 

어떻게든 참고 견디자. 이 고비는 넘길 것이고 나는 더 단단해질 것이다. / 누구나 아는 사람이 된 지금, 한비야 씨는 말합니다. "일기가 아니었다면 나는 굉장히 시니컬한 사람이 됐을 것이다. 일기 덕분에 나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말하자면 나는 일기장의 최대 수혜자였다. 그래서 한비야 씨는 말합니다. 우리 모두 일기를 쓰라고요.

 

본문(ebook) 44p

 

나 역시 일년동안 일기를 써보니, 그의 주장이 이해가 된다. 외롭고 힘들때,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지만 말할 수 없을 때가 있을 때마다 울기보단 일기장을 펼쳤다. 그리고 그 당시 있었던 일과 내 마음을 적기 시작했다. 한가지 팁을 주자면,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솔직함"이다. 일기엔 모든 걸 솔직하게 적어야 한다. 일기를 몇 번 쓰지 않았을 때는 일기장에 무조건 좋은 일만 적으려고 했다. 약간의 강박인지, 욕심인지, 자기합리화인지. 나는 내가 기분나빴던 일들도 일기에 모두 두루뭉술하게 표현했고, 객관화시켰다. 그런데 그렇게 쓰다보면 가슴이 시원하긴 커녕 답답했고, 나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날만 계속 됐다. 일기를 쓴다면 꼭, 솔직하게 쓰길 바란다. 그 당시 이기적인 마음도 며칠 지나고 읽어보면 '내가 왜 그랬지?' 하며 객관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렇다면 sns는 어떨까? sns로 일기를 쓰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서민 작가 역시 일상을 sns에 기록하며 좋아요수가 많아지면 짜릿함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sns 일기를 비추천하는 이유는, sns 계정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우리의 추억이었던 싸이월드가 문을 닫은 것처럼, 인스타그램을 뛰어넘는 sns가 나오면 거기서 끝이라는 것이다.  

 

인스타가 나오기 전 철수는 사이월드에 사진을 올리곤 했습니다. 다른 친구들 사이트에 가서 댓글을 주고받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한 대일 뿐이어서 어느 순간 흥미가 떨어져 잘 들어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몇 년 뒤 사이월드가 문을 ㄷㄷ는다고 했을 때도 그다지 서운하지 않았습니다. 인스타그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보다 훨씬 더 간편한 기능을 가진 '아웃스타'가 나오고 사람들은 다 그쪽으로 갈아타고 나자 인스타그램은 쓸쓸히 문을 닫았습니다. 거기 올린 사진들은 물론이고 철수가 그토록 추구했던 '좋아요'도 다 사라지고 만 것이지요. 당시엔 몰랐지만 나잉가 들어서 보니 sns를 왜 그렇게 열심히 했는지 허무하기만 합니다 

 

본문(ebook) 89p

 

게다가 sns로 일기를 쓰다보면, 솔직하기 힘들다. 누군가가 댓글을 달 것이며 나 외에 누군가가 볼 수 있단 점에서 결국 '의식'되기 마련이다.

 

서민 교수는, 하루 30분만 투자해서 일기를 쓰라고 한다. 현대인 누구에게나 귀찮고, 만들기 힘든 시간이지만 습관을 들여놓으면 어덯게든 쓰게 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일기를 쓰기 전 어떤 '소재'로 쓸 것인지 선별해놓으면 글쓰기가 어려운 사람에게도 30분은 딱히 어색한 시간이 아니게 된다고 한다.

 

(2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