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좋아요와 알티에 목숨 거는, SNS 중독에 대해서. (2편) 페이스북 심리학 - 수재나 E. 플로레스
현실에서 거울을 들여다보는 일보다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프로필 창을 들여다보는 일이 많으니 현실감각이 떨어지기도 마련이다. 친구들끼리 만나면 '누구누구 포스팅 봤어?' 같은 주제가 떠오르고, 만일 sns를 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면 대화 주제도 떨어진다. 지인과 만나서, 친구와 만나서, 내 앞에 있는 상대와 대화하는 게 아니라 핸드폰을 꼭 쥐고 sns 타임라인에 무엇이 올라오는지 주목한다. sns 때문에 의사소통이 단절되다니 괴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다보니 나 자신이 '페이스북 프로필' 그 자체로 생각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sns에는 몇 년 전 사진을 업데이트해도 사람들이 모른다. 현재 찍은 사진을 포토샵 해서 올려도 가능하다. 그런 식으로 자기 삶을 재창조할 수 있다.
나는 얼마 전 마라톤을 하고 나서 영광의 광휘(내 생각에)에 휩싸여 결승선을 통과하는 사진들을 흡족한 마음으로 페이스북에 올렸다. 하지만 내가 결승전까지 갈 수 있었던 것은 마라톤 과정에서 경험한 현실적이고 덜 멋있는 순간들 덕분이 아닌가? 마라톤에 대해 무엇을 올릴지 고민하고 편집하면서 나는 내가 과정보다 최종 결과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보통 잘하지 않던 일이었다. 이때 문득 깨달았다. 온라인에서 나 자신을 편집하는 행위가 인생의 특정한 면들을 인식하는 방식을 바꾸어놓았다는 사실을. 특정한 사진을 통해서만 나 자신을 표현하기로 선택했다면 특정한 렌즈를 통해서만 나 자신을 '보기로' 선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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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온라인에서 보는 '나'는 완벽한 상태인데 오프라인의 '나'는 턱없이 부족하니. 그 괴리를 참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자괴감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자괴감을 잊기 위해 허구로 프로필을 만든다면 그때부턴 돌아오지 못하는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통제 불가능한 선을, 불쑥 넘어가는 sns. 그러니, 자기 자신에게 진실해야 한다.
게다가 sns를 하면서 제일 위험하다고 생각한 순간이 몇몇 있는데, 팔로 친구들에게 '오해'를 했던 일이다. 이건 나 뿐만 아니고 누구든 공감할 것이다. sns로 맺은 친구들은 실제로 만나지 않았으니 '일부'만 알기 마련이다. 게다가 현실 친구들과도 다르다.
인간으로서 우리들은 다른 삶과 소통하고 싶은 강한 욕구가 있어서, 페이스북에서 친구들과 팔로우어를 찾게 된다. 최대한 많은 친구들을 추가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고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팔로우어-윌 인생을 지켜봐 주고 칭찬을 해주는 사람들-가 필요하다.. 하지만 페이스북 친구들은 우리의 현실 친구들과 다르다 페이스북 친구들은 우리의 관객이다...(중략) 페친 목록에 가볍게 아는 사람, 직장 동료 마트 아저씨, 친구의 친구의 친구까지 포함되면 우정의 개념이 다소 가벼워지고 의미를 잃어버릴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내가 아끼던 팔로 친구1이 내가 이제 막 팔로 하기 시작한 친구 2와 만나서 노는 사진이 타임라인에 올라왔을 때, 왠지 모르게 섭섭함을 느낀다. 팔로 친구 1에게 메시지를 보냈는데, 단순히 읽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 친구가 나를 버렸다는 착각에 휩싸이기도 한다. 그전까지 친구 1에게 이렇게 집착하지도 않았으며 그와 내가 통할 거란 공통점도 없었다. 만일 내가 그 친구들의 일상을 몰랐더라면 이런 오해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페이스북에서 우리는 페친들과 현실에서 실제로 교류해야 한다는 사회적 의무 없이 인정과 칭찬의 혜택을 누린다. 페이스북은 우리에게 '천 명의 친구들'을 가진 것을 자랑할 기회를 주지만, 그게 정말 자랑할 만한 일인가? 우리는 페이스북에서 만난 사람들과 친구로 편하게 지내지만, 때때로 선을 긋고 오프라인에서는 그들과 친구로 지내지 않기로 선택하기도 한다. 우리는 거리가 있어야 편안해한다...(중략) 나는 오프라인 삶으로 끌어내기보다 온라인상에 있을 때 건강하고 더 잘 유지되는 온라인 우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온라인 친구들은 우리에게 재미있고 가벼운 유머, 조언, 인정과 안심을 주기 때문에 온라인 친구로 만난다. 이러한 관계는 우리가 현실 생활에서 얻지 못하는 ㅅ재와 대화를 제공해줄 때 특히 중요하다. 이러한 관계가 오프라인 우정으로 진전되지 못하는 이유는 서로 공유하는 자기 노출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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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