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시나리오를 써보고 싶다면? 드라마 작법 실전 노하우(개정판) - 김남 (1)
시나리오를 쓰고 싶단 꿈을 막연하게 꿨었다. 대학생 시절 몇 편의 시나리오를 쓰긴 했지만 모두 개인 작품을 위한 것이었다. 본격적으로 시나리오를 쓴 건 아니었다. 꿈을 애써 잊어버리고, 직장을 다니고 소설을 써도 시나리오는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그때 나는 결국 결심했다. 자신이 없다면, 시나리오를 공부해보는 건 어떨까.
동백꽃 필 무렵 드라마를 집필한 임상춘 작가는 첫 작품을 쓸 때 시나리오를 어떻게 써보는 지도 모르는 초짜였다고 한다. 나는 그 정도의 천재도 아니고 나를 굳게 믿는 스타일도 아니다. 결국 공부하는 일만 남았을 뿐이다. 그때 선택한 책이 <드라마 작법>이었다. 드라마 아카데미 책이라든가 시나리오 집필서라든가... 많은 책이 있지만,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다른 책보다 실용적이기 때문이다.
초기부터 '드라마를 우습게 보지 마라' 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편견에 사로잡히거나 환상에 잠식된 드라마 작가란 직업을 현실적으로 설명한다. 글 좀 깨나 쓴다는 소설가도 드라마 시나리오를 우습게 봤다가 집필하지 못했고, 드라마 작가를 꿈꾼다는 사람들이 독서같은 기본적인 소양도 멀리하는 사람들일 경우가 태반이라고.
그분은 자신이 소설로 이미 데뷔를 했기 때문에 드라마를 우습게 보고 저런 것은 발가락으로 쓰겠다 그런 생각을 혹시라도 갖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드라마는 아무래도 문학이 아니기 때문에 문학적 수준으로 보면 천박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당연히 좀 우습게 보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클래식 성악을 조금 공부한 사람이라면 어떤 대중 가요라도 목과 복부가 아닌 혀끝으로 그냥 쉽게 부를 수 있다는 것일까?
가장 놀라운 점은 읽은 책도 변변히 없고 예술적인 소양이나 사회적인 교양도 부족하다는 점이다. 가장 핵심인 문학적 식견도 전혀 없어 보이는 지망생들이 생각보다 많다. 습작을 해본 적도 없고, 독서 경험도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직업작가가 되겠다고 찾아올까? 이유는 한 가지 뿐이다. 드라마를 우습게 봤기 때문이다.
본문 11-12p
실제로도 내 주변에 아는 사람이, 시나리오는 형편없는 글이니 문학을 하라고 권유하는 교수님의 훈계가 있었다고 내게 토로했었다. 그만큼 드라마는 많은 사람들이 우습게 보는데 직접 쓰다보면 그게 어려운 일임을 곧 깨닫는다. (내가 그랬으니깐) 그래서 저자는 드라마 공부를 하기 위해 1년정도 문학적 소양을 쌓길 권한다. 일단 소양을 쌓고 난 후 습작을 하라는 거다. 또한 책에는 드라마 작가가 실제로 어떻게 되는지 기본적인 코스 3단계가 제시되어 있는데, 이 부분은 사람들이 얼추 예상하는 부분과 맞는다. 드라마 작가의 데뷔가 실제로 베일에 쌓인 것 같지만 찾아보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방법을 제시해준다.
부탁한다. 지망생일수록 기성작품 비판에 입을 다물어야 한다. 아무리 헐뜯고 ㅆ비어도 절대로 자신의 실력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중략) 신입 지망생 여러분, 모여서 몰려다닐 시간을 아껴 책 한 권 더 읽고 습작 한 편 더 쓰라고 다시 당부한다.
본문 45p
작가 직업이 단명하는 직업 순위에서 꽤나 높은 곳에 위치한다. 비난과 비평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드라마 작가는? 더 하다. 시청자들이 한 소리 하고, 감독이 두 소리 하고, 시청률이 그걸 또 수치로 보여준다. 드라마 작가는 비난을 피하기가 힘들다. '쯔쯔, 저런 막장 드라마가 다 있나' 이런 소리쯤 쉽게 해봤을 거다. 그런데 막상 내가 드라마를 쓴다면 그런 비난을 피하기 힘들 거다. 그러니깐 지망생일 수록, 입을 다물어야 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것은 먼 미래에 내가 당할 수도 있는 소리이며 그런 평가만 한다고 내 실력이 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