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책리뷰] 술술 읽히는 책, 어디서나 본 적 없는 이야기, 환상적 소설 추천. 뱀에게 피어싱 - 가네하라 히토미

잡풀 2020. 3. 28. 19:09

저자 가네하라 히토미 역자 정유리 문학동네 2004.07.30 

 

문신과 피어싱, 자극적이고 강렬한 소재에 자세하고도 기상천외한 성적 묘사로 한 번 읽으면 강렬하게 뇌리에 남는 소설. '뱀에게 피어싱'. 무려, 데뷔작이다. (당시 열 아홉살) 작가의 엄청난 프로필이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싶단 생각이 든 건 결코 강렬한 소재 때문이 아니다. 다른 독자들이 하나같이 가독성이 좋다.’ ‘술술 읽힌다 라고 표현하고 있었다. 때마침 나는 술술 읽히는 소설을 읽고 싶었다. 잘 쓴 글은 잘 읽히는 글이라는 유시민 작가의 정의처럼 나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참에 알게 된 책이었다. 망설임 없이 뱀에게 피어싱을 구매했고, 사람들의 리뷰처럼 그 자리에서 소설을 단숨에 읽었다. 사실 잘 읽히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한 것이냐, 라고 반문할 수 있는데 잘 읽히는 것이야말로 독자를 제대로 감정이입하고 간접경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하지만 한 번에 읽히는 소설이지만, 조금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다. 소재가 소재인만큼 찬반양론을 불러일으켰으니. 피어싱, 타투, 섹스. 세 가지가 적절히 웅축된 이 소설. 평소 타투나 피어싱을 아예 모르는데도 이 책 한 권 읽고서 스플릿텅을 어떻게 하는 건지, 피어싱과 타투를 해 주는 가게에 어떤 사진이 붙여져 있는지, 예상할 수 있게 된다. 더구나 폭력적인 부분도 상당하여 이 부분에 민감하고 편견을 가진 이들은 책을 읽는 동안 한동안 고통스럽거나 예민할 수도 있다.

 

게다가 소재만큼 특별하고도 기가 막힌 캐릭터들이 나온다. 아마데우스의 아마, 루이뷔통의 루이, 그리고 시바. (정말 책에서 이렇게 나온다) 그들도 흔하디흔한 로맨스에서 볼 수 있는 삼각관계라기엔 난해하고 특이해서, 감정선을 한 번에 캐치하긴 어렵다.

 

작가가 어렸던 만큼 캐릭터들 역시 나이가 어리고, 그 나이 때에 하는 대화와 방황하는 시절 선택할 수 있는 비주류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세 명의 캐릭터가 다양한 색깔이 한데 뭉치자 한 번도 보지 못한 소설이 나왔다.

 

 

내 아마는 말이야. ‘아마데우스의 아마야. 아마가 성이고 데우스가 이름. ’제우스 비슷한 게 멋있지?”

, 그러셔? 말하기 싫음 관둬.”

정말이라니까! 루이는?”

루이 14세의 루이인 줄 알았지?  루이뷔통의 루이랍니다.”

아하, 그래? 꽤 비싼 여자분이시로군,”

우리는 그 후로도 맥주 캔을 한 손으로 따는 방법 같은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만 계속 했다.

 

본문 -34-

 

보통 이런 류, 캐릭터성이 심한 소설은 인물의 심리를 파헤치고 만지면서 독자마저 같은 감정선을 타게 하는데, 뱀에게 피어싱은 서사 역시 완벽하다. 끈적이면서도 더럽고 치명적인 분위기 속에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점점 예상할 수 없는 위기로 치달아 독자의 손아귀에 땀이 흐르게 만든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가 있다는 점. 서사가 좋고 캐릭터의 개성이 강하고 소재가 아무리 신선하다 한들 재미가 없다면 책은 독자를 잡을 힘도 사라지고,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 그런데 뱀에게 피어싱은 영화로도 만들어질 만큼 흥미로운 부분이 상당하다.

 

가네하라 히토미. 그녀만의 색깔이 고스란히 담겨진 뱀에게 피어싱. 술술 읽히면서도 재밌고, 야시시하고, 보통의 생각을 뛰어넘는 세계의 이야기를 맛 보고 싶다면. 꼭 읽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