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책리뷰] 심인광고 단편. 세상 끝에 내몰린 인간의 이야기, 재두루미. - 이승우

잡풀 2020. 3. 24. 18:25

 

심인광고는 꽤 유명하고 오래 된, 이승우 작가의 단편선이다. 대개 현실적이고도 씁쓸한 이야기로 시의성도 보여주면서 한국 문학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단편 중 <재두루미> 를 리뷰해볼까 한다.

 

이혼 후 혼자 사는 남편은 우연히 tv로 민통선에 날아드는 철새 재두루미를 목격한다. 이제 곧 아들 성호가 방학하게 되니 그는 설 연휴에 성호와 함께 민통선에 갈 마음을 먹는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아내의 불호로 성호는 만날 수 없다. 결국 주인공 혼자 민통선으로 향하게 되는데 성묘객이 아니면 통과할 수 없다는 군인의 이야기에 주인공은 성묘객이라는 거짓말을 하게 되고, 군인과 함께 차를 몰기 시작한다. 하지만 폭설이 쏟아지는 바람에 군인은 돌아오라는 무전을 받게 된다. 하지만 주인공은 군인의 말을 듣지 않고 운전대를 잡는다.... 

 

재두루미가 주인공 그 자체로도 느껴지는 이 이야기는 이승우 작가의 탄탄한 내공을 보여준다. 그의 필력을 비판하는 사람도 주변에서 볼 수가 있었다. 너무 편하게 쓰여있다, 소설이라기엔 비유가 부족하다... 하지만 난 여전히 쉽게 읽히는 글이 좋은 글이라는 믿음을 중요시 한다. 그래서 이승우 작가의 글을 잘 읽을 수 있었다. 글을 보고도 찜찜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주인공에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부족했다. 오히려 나에게 공감이 되는 캐릭터는 주인공의 아내였다. 혼자 남겨진 남편보다 애들과 어떻게든 꿋꿋이 살아가려는 아내. 더더욱 냉정하게 얘기하면, 문학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의 작품은 굳이 굳이 찾아 볼만한 껀덕지가 없다.

 

이쯤에서 하나 짚자. 나는 이승우 작가의 안티는 아니다. 그저 그 작가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을 뿐이다. 그날 일은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안겨주었다. 이승우 작가를 처음 접한 건 지금으로부터 약 9개월 전. 소설 강의를 들으면서부터였다. 교수님은 이승우 작가의 단편 몇 편을 선보이며 작법 공부를 가르쳤다. 그때 이런 작가가 있구나, 이렇게 존경받는 작가가 있구나, 깨닫긴 했지만 마음으로 와닿진 않았다. 그러니깐 한마디로 자의가 아니었다는 것. 내가 선택한 문학이 아니었다. 만일 이승우 작가를 내가 선택해서 그의 책을 본 것이라면 아마 킬링타임용이 아닐까?

 

여기서부턴 tmi 다른 이야기다. 

 

당시나 지금이나 나는 문학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 소설을 자주 읽는 애독가일 뿐이지,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은 아니다. 문학은 내게 어렵고 멀게만 느껴진다. 교과서에서나 접할 이야기들. 그 중 좋아하는 문학도 대중정이 있는 것들 뿐이다 (김영하 작가나 정유정 작가의 작품 정도) 시대에 따라서 유행하는 플롯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교수님이 내린 과제도 현학적으로 쓰지 않았다. 오히려 솔직 담백하게 리뷰했다. 이승우 작가의 소설은 너무도 암담한 현실만 보여주고 보는 내내 불편함을 안겨주며 내가 그의 주인공이라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국 그 리뷰는 교수님의 심기를 건드렸고, 나의 평판은 땅 밑으로 추락했다. 하지만 나는 그때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와 다른 생각을 가졌기 때문이다. 어떤 리뷰든 현학적인 것보다 솔직하게, 어떠한 정보도 없이 스스로 쓰는 게 좋다. (물론 당시의 리뷰가 볼품 없었다는 건 인정. 하지만 나의 태도는 불량하지 않았다. 내가 문학을 좋아하지 않는 태도에 언짢아하는 그의 편견일 뿐이다)그날의 아픔과 악몽을 딛고자 이 블로그를 만들었다.